오만했다. 너 같은 꼴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으니.
어느새 나의 눈은 너의 눈을 닮아 있었다.
심연을 들여다보면,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. 잘 아는 말이었는데.
내가 너를 볼 땐 그 안에 나를 보지 못했다.
깨져버린 거울 조각들은 날카로워 아프기만 했다. 애초에 너와 달랐던 것은 맞을까.
하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같았을지도 모른다. 달랐던 것은 하나뿐이었다.
누가 더 빨리 나락으로 떨어지는가의 차이일 뿐이었다.
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결국 삼켜 버렸다. 네 존재 자체가 싫어. 누가 누구한테 하는 소린지.
그토록 증오하는 너를 없애려면, 나 또한 없어져야 했다.
나는 결국 내 자신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. 정확히는, 내 너머에 있는 너를 향해.
더 이상 들여다봐도 내 모습을 도저히 알 수 없도록 깨져버린 거울 조각이 나의 칼이었다.
나의 칼은 아주 약했지만, 나를 부수기엔 충분했다.
조금씩, 아주 조금씩, 날카로운 표면이 녀석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.
아아…… 찬란했던 나의 과거여. 비참했던 나의 미래여. 잘 가게.
-Fin🥀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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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여자 12명 · 14문장 · 54일 만에 완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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갈림길이 되었던 문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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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를 묻을 때까진 몰랐는데. 땅 속이란 게 이 정도로 답답할 줄이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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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유일한 실책이었다. 네 등에 칼을 꽂아 넣을 때까지만 해도 이럴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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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껏 널 향한 내 저주는 그대로 나에게 돌아와 날 끝없는 심연으로 잡아당겼나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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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순간 네가 웃었다. 마침내 내가 너를 이해했다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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